지하철 안내방송까지 배워버린 내 목소리 — 무료 TTS로 80쪽 강의자료를 살린 후기

지난달, 2호선 안에서 3분짜리 녹음을 하나 했다. 퇴근길에 자리 잡고 앉아서 이어폰 끼고, 폰을 입 앞에 대고 내가 쓴 독서 노트를 읽었다. 통근 시간도 아끼고 내 목소리 복제도 해보고,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. 참 똑똑한 계획이었다.

합성 결과는… 두 번째 문장부터 뭔가 이상했다. 목소리가 물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먹먹했고, 네 번째 문장에서 갑자기 "이번 역은 신도림, 신도림역입니다"가 튀어나왔다. 세 번 돌려 듣고 나서야 확신했다. 이 도구는 옆에서 나던 안내방송을, 내 음색의 일부로 학습한 거였다.

그날 오후 내내 현타가 왔다. AI 음성 무료로 쓴다고 신나 있었는데, 결과물은 지하철 안내방송 성우였다.

돌아보니 내가 착각한 세 가지

소음은 배경이 아니라 특징이다. 제일 크게 데인 부분이다. 나는 복제가 사람 목소리만 뽑아가고 환경음은 알아서 걸러줄 거라고 믿었다. 아니다. 모델은 녹음 전체의 통계적 특징을 학습한다. 지하철의 지속적인 저역 소음, 옆 사람 말소리, 폰을 입에 붙여서 생긴 근접 파열음까지 전부 "네 목소리는 이렇게 생겼다"로 들어간다. 재료가 더러우면 결과도 더럽다. 예외는 없다.

길이와 말 속도가 음색보다 중요하다. 그 3분 중 2분은 남한테 민폐될까 봐 목소리를 죽여서 읽었다. 속도는 오락가락. 짧고 불안정한 샘플로는 뭘 배워도 반쪽짜리가 나온다. 음성 복제 온라인 툴이든 유료 서비스든, 재료 품질이라는 관문은 아무도 못 피한다.

스마트폰 통화 노이즈 캔슬링은 오히려 방해된다. 통화용 노이즈 캔슬링은 "상대방이 알아듣게" 만드는 게 목적이라 사람 목소리의 배음을 일부 깎아낸다. 통화할 땐 좋고, 복제할 땐 재앙이다. 배음이 날아가면 음색이 납작해진다.

이 세 개를 깨닫고 음성 복제 페이지에서 처음부터 다시 했다. 이번엔 정직하게.

다시 녹음하기: 옷장, 이불, 3분

옷장에 들어가서 겨울 패딩을 옆에 쌓아 흡음재처럼 세웠다. 폰은 비행기 모드, 입에서 20cm. 얼굴에 붙이지 않았다. 읽은 건 내가 쓴, 문장 길이가 들쭉날쭉한 구어체 글. 속도는 평소보다 살짝 느리게.

3분. 딱 3분.

이번 결과는 내가 들어도 어색했다. 자기 녹음은 누구나 어색하다. 그런데 옆에 있던 어머니가 "이거 네 목소리잖아"라고 한마디 했다. 통과.

그다음이 본론이다. 강의자료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로 바꾸는 일. 무료 TTS, 텍스트 음성 변환 무료라고 하니까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훨씬 낮았다.

PDF를 그대로 넣으면 당연히 안 된다. 내가 한 작업은 이렇다.

  • 머리말·꼬리말·페이지 번호·참고문헌 각주 전부 삭제
  • 수식과 표는 따로 빼서 한 문장 설명으로 대체 ("여기는 3행 2열 비교표이고, 왼쪽이 방법, 오른쪽이 정확도입니다")
  • 큰 제목 앞에 "첫 번째 파트" 같은 말을 붙여서 귀에 이정표를 만들어줌
  • 숫자와 약어는 미리 한글 발음으로 바꿔 씀. "2024"는 "이천이십사", "CNN"은 "씨엔엔". 안 그러면 발음이 이상해진다
  • 생성 전에 10초만 미리 들어보기. 음색 잘못 골라놓고 30분짜리 다 돌린 다음 후회하지 않으려고

정리한 텍스트를 온라인 텍스트 음성 변환에 넣고, 방금 복제한 음색을 골라서 구간별로 생성했다. 무료라고 하길래 반신반의했는데 진짜로 돈을 안 받더라. 80쪽을 11개 구간으로 잘랐고, 한 구간이 7~8분. 딱 한 번의 통근 길이다.

내 목소리가 "베이즈 추론"을 읽는 걸 들었을 때 기분은 좀 묘했다. 무료 AI 더빙을 낭독기로 쓰는 건데, 낭독자가 나인 셈이다.

한국에서 쓸 때 신경 쓰이는 부분

목소리는 개인정보보호법 해석에 따라 생체정보로 취급될 수 있다. 그래서 남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건 절대 장난감이 아니다. 지인 목소리로 장난친 영상이 딥보이스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번진 뉴스를 몇 번 봤다. 내 목소리만, 내 자료에만 쓰는 게 기본이다. 이건 기능 문제가 아니라 태도 문제다.

실제로 써보니 남는 활용처

  • 유튜브 쇼츠나 인스타 릴스에 얹을 영상 내레이션 AI. 매번 다시 녹음하지 않아도 된다
  • 밀리의 서재나 윌라 같은 앱에 올릴 개인 낭독본 만들기. 오디오북 음성 만들기 용도로 충분히 쓸 만했다
  • 해외 구독자용 다국어 음성 합성 무료 기능. 같은 대본을 여러 언어로 뽑아 AI 더빙 무료로 돌리는 식이다

가입 없이 음성 합성이 된다는 게 은근히 크다. 나는 한 달에 두세 번 쓰는 정도라, 계정 만들고 요금제 비교하는 시간이 아까웠다. 무료 음성 복제 페이지가 열면 바로 되는 구조라 그 점이 편했다. 음성 복제와 텍스트 음성 변환이 한 사이트 안에 있는 것도 왔다 갔다 안 해서 좋다.

음성 합성 무료 도구를 반년째 쓰고 있는데, 갑자기 유료 전환이나 크레딧 소진을 겪은 적은 없다. 다만 정책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게 맞다.

처음엔 무료 음성 합성 API로 스크립트를 짜서 배치로 돌릴까 고민했는데, 웹에서 직접 하는 게 더 빨라서 그냥 접었다. 긴 문서 다루는 비슷한 요령은 더 많은 팁에도 정리돼 있으니 참고할 만하다.

FAQ

복제한 목소리가 내 목소리 같지 않아요

십중팔구 재료 문제지 도구 문제가 아니다. 녹음 파일을 다시 들어보자. 다른 사람 말소리가 들어갔는지, 지속적인 배경음이 깔렸는지, 말 속도가 들쭉날쭉한지. 놓치기 쉬운 건 감정이다. 재료 녹음할 때 신나서 큰 소리로 읽었으면 합성 결과도 계속 흥분한 톤으로 나온다. 강의자료를 읽히면 어색해진다. 녹음할 땐 연기하지 말고 평소 말투로.

강의자료 속 수식·표·코드는 어떻게 하나요

TTS가 읽어주길 기대하지 마라. 나는 전부 구어 설명으로 바꿔서 본문 해당 위치에 넣는다. 수식은 "시그마, i는 1부터 n까지", 표는 "이 표는 세 줄이고 첫 줄은…", 코드 블록은 건너뛰고 "여기 코드가 있고, 원문 몇 쪽 참고" 정도만 읽힌다. 멍청해 보이지만 귀는 그걸 따라간다.

가입 없이 쓰는 도구, 횟수 제한 있나요

반년 써보면서 걸린 적은 없다. 그래도 정책은 바뀔 수 있으니 공식 안내를 기준으로 보는 게 안전하다. 중요한 긴 문서는 생성 후 오디오를 로컬에 내려받아 두는 습관을 들이면 마음이 편하다.


오늘 밤에 바로 할 수 있다. 조용한 방, 옷장이면 더 좋다. 폰으로 3분만 녹음해라. 문장은 짧게, 속도는 평소보다 살짝 느리게. 그다음 음성 복제에서 한번 돌려보고, 마음에 들면 그 목소리로 밀린 강의자료를 밀어 넣으면 된다. 80쪽이 11개 트랙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, 생각보다 짧다.

부탁이 하나 있다. 지하철에서는 녹음하지 마라. 그건 내가 이미 겪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