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이 그림책을 오디오북으로: 무료 TTS 일주일 써보고 '레퍼런스 오디오'에서 발목 잡힌 썰
지난 수요일 밤 아홉 시 반. 딸이 《달님 안녕》을 안고 침대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.
"아빠, 오늘은 핸드폰이 읽어주면 안 돼? 아빠 목소리 이상해."
…목이 쉰 건 사실이었다. 보름 동안 매일 밤 두 권씩 읽어줬더니 성대가 항복 선언을 했다. 그래서 생각했다. 그래, 텍스트 음성 변환 한번 써보자.
첫 결과물은 뭐랄까. 딸이 2초 듣고 핸드폰을 내 쪽으로 밀어냈다.
"이거 아빠 아니야."
내 목소리인데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. 마스크 쓰고 회의록 읽는 사람 같았다.
문제는 툴이 아니라 그 20초였다
처음엔 회원가입에 휴대폰 인증까지 요구하는 무료 TTS 사이트를 썼다. 레퍼런스로 올린 건 카카오톡에 남아 있던 음성메시지 하나. 30초짜리, 내용은 "여보, 그 서류 내일 다시 보자"였다.
결과는 발음만 정확하고 감정이 0. 아나운서 학원 다니다 만 인턴 같았다.
한참 뒤에야 깨달았다. 카톡 음성은 압축돼 있고, 샘플레이트도 낮고, 울림에 잡음까지 섞여 있다. 그런 걸 모델에 먹이는 건 흐릿한 사진 주고 초상화 그려달라는 것과 같다.
이게 초보랑 고인물의 차이인 것 같다. 다들 모델 파라미터만 들여다보는데, 실제로 결과를 가르는 건 그 30초였다.
무료 음성 복제 로 갈아타고 레퍼런스를 다시 녹음했더니, 같은 모델인데 나오는 게 완전히 달랐다.
레퍼런스 오디오, 로봇 같지 않게 녹음하는 법
음성 합성 무료 툴을 써보면서 진짜 관문은 모델이 아니라 소스 녹음이라는 걸 알았다. 이 부분은 좀 길게 쓰겠다. 나는 네 번을 다시 녹음했으니까.
거실에서 하지 마세요. 냉장고 웅웅거리는 소리, 창밖 차 지나가는 소리. 사람 귀는 알아서 걸러내지만 마이크는 안 걸러준다. 나는 옷장에 들어가서 녹음했다. 옷이 흡음재 역할을 해서 의외로 잘 나왔다. 옷장이 없으면 이불로 둥지를 만들어서 그 안에 핸드폰을 넣어도 된다.
15~30초, 욕심내지 말 것. 너무 짧으면 음색 특징을 못 잡고, 너무 길면 중간에 들어간 기침이나 책 넘기는 소리까지 학습된다. 한번은 2분 가까이 녹음했는데, 합성할 때 문장 끝마다 내 헛기침 기운이 붙었다. 소름 돋았다.
대본을 읽지 마세요. 이게 제일 반직관적이다. "산토끼 토끼야" 또박또박 읽으면 그대로 아나운서 톤이 나온다. 일상 말투로 해야 한다. "오늘 저녁 뭐 먹을까, 냉장고에 딸기 반 통 있는데 안 먹으면 버려야 되는데." 평소 속도로, 감정 살짝 얹고, 웃음 섞여도 좋다. 모델은 네가 '읽는' 방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'말하는' 방식을 배운다.
마이크는 한 뼘 거리, 45도 각도. 입에 붙이면 팝 노이즈가 튀고, 멀면 방 반사음이 들어온다.
한 번에 세 개 녹음하고 제일 나은 걸 고르기. 귀찮아 보이지만 5분이면 끝난다. 나는 옷장에 앉아 서로 다른 말을 세 번 하고, 되감아 들어보면서 '평소에 이야기해주는 나'에 제일 가까운 걸 고른다.
사소한 디테일 하나. 녹음 전에 미지근한 물 한 모금. 찬물 마시면 목이 조여서 음이 떠다니는데, 그것도 그대로 학습된다.
참고로 내가 이번 주에 쓴 텍스트 음성 변환 무료 도구는 가입 없이 열린다. 가입 없이 음성 합성 — 서식 채우기 귀찮아하는 사람한테 이건 진짜 크다. 다른 데는 이메일 인증하다가 중간에 창을 닫았다. 친구한테 추천했더니 그 친구도 가입이 싫다고 하더라. 그리고 무제한으로 돌아간다는 점. 그림책 한 권이 2~3천 자인데 글자 수 제한 걸리는 툴은 애초에 쓸 수가 없다. 무료 TTS라고 다 같은 무료가 아니니, 진짜 무제한인지부터 확인하는 걸 권한다.
일주일 동안 실제로 돌린 순서
월요일 밤, 집에 있는 그림책 중 세 권을 골라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. 적으면서 손본 것들:
- 숫자는 한글로. "3마리 돼지"를 "세 마리 돼지"로 바꾼다. 안 그러면 영어 three로 읽어버린다
- 긴 문장은 끊고, 쉼표와 마침표를 숨 쉬는 자리에 놓는다. 문장부호가 곧 쉼이다
- 다의어와 오독 단어는 미리 확인. "눈"이나 "말" 같은 건 틀리면 아이가 바로 지적한다
그다음 합성, 들어보기,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부호 수정. 첫 이틀은 꽤 헤맸고 사흘째부터 편해졌다. 레퍼런스가 고정되니까 남는 건 텍스트 작업뿐이었다. 음성 복제 온라인은 한 번 돌리는 데 몇 초면 끝난다. 진짜 시간을 잡아먹는 건 원고다.
솔직히 2년 전만 해도 음성 합성 무료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. 3일 체험이거나, 음질이 뭉개져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봤다. 지금 무료 AI 음성 품질이 이 정도라는 건 좀 놀랍다. 아이가 더 크면 자동으로 책 읽어주는 봇이라도 만들어볼까 싶다가도… 그건 또 다른 구덩이라 일단 안 판다.
중간에 한 번 크게 밟은 지뢰가 있다. 어떤 플랫폼이 "음성 복제 소프트웨어 무료"라고 크게 써놓고는, 무료판은 1분만 합성되고 그 뒤로는 대기열에 세워버렸다. 합성이 중간에 막혔는데 옆에서 아이가 기다리고 있는 그 상황. 꽤 민망했다. 그래서 툴을 고를 때 제일 먼저 보는 게 '진짜 무제한인가'다.
한국에서 특히 쓸모 있는 곳
- 오디오북 음성 만들기: 아이 그림책, 사내 교육 자료, 개인 낭독 파일. 다만 남의 책 텍스트를 그대로 읽혀서 배포하면 저작권 문제가 생긴다. 내가 쓴 원고에만 쓰는 게 안전하다
- 영상 내레이션 AI: 유튜브 브이로그, 릴스, 숏폼 자막 읽어주기. 목소리 녹음할 시간이 없을 때 특히 유용하다
- AI 더빙 무료: 해외 영상에 한국어 더빙을 입히는 용도
- 다국어 음성 합성 무료: 같은 목소리로 영어·일본어 버전을 뽑아두면 채널을 늘릴 때 편하다
한 가지는 꼭 짚고 가자. 내 목소리 복제는 취향 문제가 아니라 권리 문제다. 음성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민감하게 다루는 영역이고, 남의 목소리를 동의 없이 복제하면 그 순간 문제가 된다. 연예인 목소리로 장난치는 영상이 자주 도는데, 그거 진짜 위험하다.
FAQ: 제일 많이 받은 질문 세 개
레퍼런스 오디오는 얼마나 길어야 하나요?
15~30초. 내 경험으로는 20초 전후가 제일 안정적이다. 10초 아래로 가면 음색이 흔들리고, 1분을 넘기면 잡음이 섞여 들어갈 확률이 확 올라간다. 조용한 공간을 못 찾겠다면, 길고 지저분한 것보다 짧고 깨끗한 쪽을 골라라.
핸드폰 기본 마이크로 충분한가요?
충분하다. 나는 3년 된 폰으로 녹음했는데 외장 마이크와 차이를 못 느꼈다. 중요한 건 환경이지 장비가 아니다. 거실에서 고급 마이크 쓰는 것보다 옷장에서 폰으로 녹음하는 게 결과가 더 좋을 가능성이 크다.
아이 목소리도 복제할 수 있나요? '자기가 자기한테 읽어주는' 버전을 만들고 싶어요
기술적으로는 된다. 근데 권하지 않는다. 아이 발성은 계속 변해서 음색이 불안정하고, 레퍼런스 품질을 보장하기 어렵다. 그리고… 자기 목소리로 자기한테 이야기를 듣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. 나는 그냥 내 목소리를 쓴다. 완벽하지 않아도.
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먼저 훑어보고 싶다면 더 많은 튜토리얼 에 사례가 몇 개 있다. 나도 몇 편 읽었는데, 실패 목록이 꽤 솔직하게 적혀 있었다.
그래서 요즘 나는
일요일 밤에 20분을 투자해서 다음 주에 읽어줄 다섯 권을 미리 합성해 폴더에 넣어둔다. 아이가 듣고 싶은 걸 골라서 직접 누른다. 목이 괜찮은 날에는 여전히 내가 읽는다. 그건 기계가 대신 못 한다.
그래도 편도가 부어오른 밤에도 이야기는 끊기지 않는다.
시작해보려면 긴 텍스트부터 붙잡지 마라. 20초 레퍼런스 녹음하고, 아무 문장이나 한 줄 합성해서, 네 목소리 같은지 들어봐라. 비슷하면 그때 다음으로 넘어가고, 아니면 옷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녹음하면 된다. 10분이면 되는 일인데, 이 10분이 뒤에 오는 모든 걸 결정한다.